평거복지관 개관 30주년 특별기획 1
‘이웃집 어르신에게 장수 비결을 묻다’
<보따리>
주공 2차 아파트 단지 내 살고 계시는 90대 어르신은 모두 열세 분이셨습니다. 열세 분 어르신 중, 신** 어르신과 조**어르신은 요양원에 계시고 **순 어르신은 어르신 유치원에 다니십니다. 90대 이상 어르신 이야기 들어드리기는 벚꽃 활짝 핀 삼월 마지막 날부터 시작하여 지난주까지 열 분의 어르신을 모두 만나 뵈었습니다.
90대 이상 어르신 이야기 들어 드리기는 코로나 시기에 어떻게 하면 일대일 만남으로 지역 분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두 달가량 어르신 인사드린 기간 동안 “잠시 멈춤”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어르신 이야기 들어 드리기 방문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멈춤’ 시기가 지나가고 어르신 댁을 방문했을 때 90대의 나이가 무색하리 만큼 건강함을 유지하고 계신 모습을 뵈었을 때 감사하였습니다.
배갑순(가명) 할머니는 10번째 방문 드린 어르신입니다. 이야기 나눈 시간 동안 꼿꼿이 앉아 계시는 건강함을 지니셨습니다. 배갑순 할머니는 서비스제공팀이 인사드린 어르신분들 중 최고령이셨습니다. 갑순 할머니는 작년까지 청력이 좋았는데, 올해 들어 청력이 급격히 떨어져 상대방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셨습니다. 갑순 할머니를 돌보며 사시는 아드님께서는 중간중간 할머니의 말씀을 거들어 주셔서 대화를 면면히 이어나갔습니다.
”할머니, 살아오면서 기뻤던 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돈 벌러 일본 가서 15년간 일하다가 고향에 돌아서 제일 기뻤다.”
”할머니, 살아오면서 제일 슬펐던 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큰아들이 50세 들던 해에 교통사고로 내 두고 먼저 이승을 떠난 게 제일 맘 아프다.”
“할머니, 하루를 어떻게 지내세요?”
“기도하며 지낸다. 불교 가면 교회에 미안하고, 교회 가면 불교에 미안타. 그래서 아무 데도 안 가고 좋게 해 달라고 고마 기도하고 지낸다.”
기도 이야기를 하신 후, 갑순 할머니께서는 졸린다고 하셨습니다. 갑순 할머니 옆에 계신 아드님은 어머니께서 밤낮이 바뀌셨다고 하셨습니다. 낮에는 졸고 있다가 밤만 되면 보따리를 꽁꽁 묶어 등에 메고 밖을 나가려고 문을 연다고 하셨습니다. 문이 꼭 잠겨 있어 밖을 나가지 못하니 좁은 거실과 방을 돌아다닌다고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벽면 귀퉁이에 놓여 있는 보따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갑순 할머니 집의 앞•뒤 베란다에는 아드님이 키우고 있는 화초들이 할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고자 예쁘게 피어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삶도 화초와 같이 예쁘게 피고 지었습니다. 갑순 할머니께서 밤잠만큼은 푹 주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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