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거복지관 개관 30주년 특별기획 1
‘이웃집 어르신에게 장수 비결을 묻다’
순이할머니(가명) 요양보호사님은 서비스제공팀의 띵 똥 벨 소리와 함께 문을 열어 주셨습니다. 순이 할머니는 기품 있는 자세로 방에 앉으셔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서비스제공팀인 저희에게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셨습니다. 평생 치마만 입고 사셨다고 합니다. 치마 두 벌과 금빛 나는 외투 한 벌이 벽에 걸려 멋을 자랑하는 듯하였습니다.
앙꼬베이커리에서 주신 후원 롤케잌을 전해드리니 연신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작년부터 코로나로 복지관에 가지 못해 안타까움을 연이어 말씀하셨습니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매일같이 복지관 쉼터에서 친구 할머니들과 화투를 즐겨 치셨다고 하셨습니다. 지금은 걸을 때 다리가 당겨 1층으로 자주 내려가지는 못하지만 한 번씩 복지관 앞 정자나무 아래 놀러 간다고 하십니다.
순이 할머니께 여쭈었습니다.
“할머니, 이 집에 오기 전에는 어디서 사셨어요?”
“진주성 근처 인사동에 살다가 여기 아파트가 생기자마자 이사 왔어. 이사 오니 이웃도 없고 새집에 도무지 정이 들지 않아 한 1년간 이전에 살던 인사동으로 매일같이 놀러 다녔어. 한 일 년 지나니까 이웃도 생기고, 내 딸하고 나이대가 비슷한 이웃하고 잘 지내게 되어 정붙이고 살만했어.”
”할머니, 살아오면서 기뻤던 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기뻤던 일이 뭐 있나. 딸 여덟 낳고, 딸 여덟 사이에 중간에 아들 하나 낳아 키운 그거밖에 없어.”
”할머니, 살아오면서 마음 아팠던 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마음 아픈 일은 많지. 하지만 그걸 어이 다 말하겠나. 내가 외손자(7세)를 돌볼 때, 사위가 청둥오리 알을 하나 들고 와서 먹으라고 주었어. 그때 무슨 마음이었는지 청둥오리 알을 삶아 나 혼자 먹었어. 나는 원래 음식을 해다가 이웃들과 나눠 주고 먹는데, 왜 그랬는지 몰라. 청둥오리 알을 먹은 지 며칠 지나 외손자가 내게 와서 하는 말이 ‘할머니, 며칠 전 청둥오리 알 드실 때 마지막 한 입은 저를 주시는 줄 알았는데 할머니 혼자 다 드셔서 울뻔했어요’ 하는 거야. 그 일을 딸과 사위에게 말했더니, ‘어머니, 고마 달걀과 함께 삶아서 같이 드셨으면 애가 오리 알인지, 청둥오리 알 인지 몰랐을 텐데.’ 하는 거야. 내가 왜 그리 생각이 없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헛웃음이 나와. 그 손자가 장가갔어. 증손자(3세)가 얼마나 어여쁜지 몰라. 집에 한 번씩 오면 내 휴대전화에 증손자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해 줘. 손자는 나에게 웃으라고 하는 말이 ‘할머니 돌아가시면 할머니 제사상에 청둥오리 알 한 바구니 놓아둘게요.’ 해."
“할머니, 하루를 어떻게 지내세요.?”
“새벽 5시에 일어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앉아서 내 방 정리해. 평생 살림만 살아서 내 살림살이를 남이 해 주는 게 영 맘이 편치 않아. 다리가 아프니까 어쩔 수 없재.”
”할머니, 장수 비결이 무엇인가요?“
”내 장수 비결이 뭐 있나. 아침저녁으로 세수하고 로션은 꼭 챙겨서 발라. 아침 저녁밥은 조금이라도 꼭 챙겨 먹고 점심은 배고프면 우유나 두유 같은 거로 마셔. 나는 평생 살이 쪄 본 적이 없어“
순이 할머니는 요리를 잘하셔서 씀바귀 김치를 이맘때면 만들어 자식들에게 준 이야기, 호박죽을 끓여 아파트 옆 용화사 스님에게 드린 이야기, 전을 부쳐 이웃들과 나눈 이야기들 음식 이야기가 끊이지 않으셨습니다. 위가 빈 오후 시간대에 서비스제공팀은 순이 할머니 요리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신 군침을 흘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