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거복지관 개관 30주년 특별기획 1
‘이웃집 어르신에게 장수 비결을 묻다’
잉꼬(가명) 할머니 댁을 방문하였습니다. 할머니 이름 그대로 80년 세월이 다 되도록 할아버지와 잉꼬부부로 사십니다. 잉꼬 할머니 댁 초인종을 누르니 요양보호사님께서 문을 열어 주셨습니다. 잉꼬 할머니께서는 방바닥에 앉아 계셨습니다. 잉꼬 할머니는 서비스제공팀을 보면서 소녀 같은 웃음을 지으시며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셨습니다. 어제 전화 드린 평거복지관 서비스제공팀 소개와 방문 목적을 다시 알려 드렸습니다. 잉꼬 할머니께서는 무릎이 아파 방바닥에 앉아 무릎을 방석으로 연신 덮으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활짝 웃으시며 바쁜데 번거롭게 왔다고 하셨습니다. 잉꼬 할머니의 환한 웃음은 서비스제공팀의 마음까지 밝게 비추었습니다.
“할머니 여기 오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여기 온 지 20년 넘게 되었어. 그때는 펄펄 날아다녔지. 3층에 살아도 아무 불편함이 없었어. 무릎이 좋지 않아 수술한 이래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어. 1층에 내려갈 때 옆에서 잡아주면 난간 잡고 살살 내려가.”
”할머니, 살아오면서 기뻤던 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내 기쁜 일은 아부지(남편)하고 평생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오손도손 산 게 제일 기쁜 기제. 아부지(남편)가 화났다 싶으모 입에 자꾸(지퍼)를 꽉 채우고 가맣이(가만히) 있는 기라. 그러다가 쪼맨(조금) 있으모(있으면) 아부지(남편) 기분이 풀려. 그래서 아부지(남편)하고 내하고는(나와) 싸울 일이 없어.“
”할머니, 할아버지와 평생 잉꼬부부로 사실 때 힘든 일도 있으셨나요?“
”아부지(남편) 항문이 좋지 않아 수술을 두 번이나 했어. 항문 종양이 안팎으로 나 있었는데 첫 번째 수술 때, 안에 있는 종양을 걷어 내지 못해가꼬 고생이 많았어. 그래가꼬 쫌 있다가 두 번째 수술을 햇제. 두 번째 수술에는 제일병원에서 항문 수술 제일 잘하는 의사선생님 한테 수술을 받았제. 그때 아부지(남편) 항문을 나팔꽃처럼 벌리가꼬 항문 안에 있는 종양을 들 냈는기라.“
”할머니, 할아버지 항문 수술하셨을 때 병원에서 병간호 하셨겠네요?“
”그라고 말고. 아부지(남편) 항문 수술 후 변을 그냥 싸면 내가 손으로 오다가 버렸지. 같은 병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더럽다고 막 햇제. 그리 말하는 사람들한테 내 아부지(남편) 똥인데 뭐가 그리 더럽노. 그런 말 하지 마라. 그랬어.“
“할머니, 하루를 어떻게 지내세요.?”
“아부지(남편)가 밤잠이 없어 어떨 때는 아침 7시까지 텔레비전 보다가 잠이 들어 늦게 일어나. 늦은 아침밥을 아부지(남편)가 차려 주어같이 먹어. 오후에 요양보호사가 오면 아부지(남편)는 운동하러 나가. 오후 5시쯤 아부지(남편) 들어 올 시간에 들어오지 않으면 걱정되어 아부지(남편) 한테 전화해. 어떨 때는 아부지(남편) 들어 올 시간에 오지 않으면 아부지(남편)가 어찌 되었나 싶어 눈물이 나. 그라다가 아부지(남편)가 오면 올매나(얼마나) 반가운지 몰라. 아부지(남편)가 운동하고 피곤하니까 좀 누워있다가 저녁밥 차려 주면 같이 먹어.”
”할머니, 장수 비결이 무엇인가요?“
”내 장수 비결이 뭐 딴 게 있나. 아부지(남편) 하고 평생 사이좋게 산 거지. 그냥 이해하고 사니까 싸울 일도 없어. 마음 편히 사는 게 좋아.“
잉꼬 할머니께서는 서비스제공팀과 이야기 하는 내내 웃는 얼굴이셨습니다. 잉꼬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면서 행복 바이러스가 널리 퍼져 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잉꼬 할머니의 행복 바이러스는 서비스제공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골목골목 봄바람 결에 불어 다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