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거복지관 개관 30주년 특별기획 1 ‘이웃집 어르신에게 장수 비결을 묻다’
90대 이상 어르신 인사드리기 첫날입니다. 앙꼬 빵집에서 어르신 방문 시 들고 갈 롤케잌을 후원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 방문 하루 전날 앙꼬 빵집에 전화드리니 사장님은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응대해 주셨습니다. 드디어 어르신 댁 방문하는 날입니다.
롤케잌을 받으러 갈 때, 복지관 소식지도 들고 갔습니다.
복지관 후원처 이야기를 포스트잇으로 붙여서 갔습니다. 언젠가 앙꼬 후원자님도 이렇게 소식지에 실릴 수도 있다고 알려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장님께서는 맛있고 신선한 롤케잌을 주셨습니다. 롤케잌 받으실 어르신이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후원 등록을 위해 롤케잌 영수증을 받고, 감사 인사드리며 앙꼬 빵집을 나왔습니다.
선아 할머니 댁 방문하기 며칠 전부터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전화를 받지 않으셨습니다. 아드님 휴대전화로 전화를 드렸더니 3층에 계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아드님은 선아 할머니께 방문 날짜를 알려 드린다고 하셨습니다. 방문하는 날에도 전화드렸지만 받지 않으셨습니다. 서비스제공팀은 선아 할머니 집으로 곧장 가기로 하였습니다.
선아 할머니 댁에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며 인사하니 어서 들어오라 하시며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십니다. 12평 좁은 집은 현관 입구부터 살림살이 짐들이 천장까지 꽉 차 있었습니다. 선아 할머니는 서비스제공팀을 방으로 안내하셨습니다. 자신은 거실 방에 머물고 넷째 아들(62세)과 손자(28세)에게 방을 내주었다고 하셨습니다. 거실 방 한쪽에는 옷들이 가득 걸려 있었습니다. 선아 할머니께서는 반갑게 웃으시며 서비스제공팀에게 자리를 건넸습니다.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리를 잡고 마주 앉았습니다. 물론 방역 마스크를 모두 끼고 있었습니다.
선아 할머니께 방문한 목적을 한 번 더 알려 드렸습니다. 혼자 계신 시간에 외로움을 들어 드리고자 말벗도 되어드리고 그동안 살아오신 삶의 이야기도 듣고 장수 비결을 여쭙고자 왔다고 다시 말씀드렸습니다. 할머니께서는 흐뭇한 웃음을 지으시며 지금 사는 집이 좀 더 크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이 집에서 살고 죽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선아 할머니께 여쭈었습니다.
“할머니, 이 집에 오기 전에는 어디서 사셨어요?
”금산면 송백리에 살았어. 두말 가오지 밭을 일구고 과실나무 여러 개 있었어. 공군부대가 땅을 사드리고 있을 때 200만 원 받고 평생 일구던 땅을 팔았어. 아들은 IMF 이후 사업이 안되어 밭팔고 받은 돈으로 아들 다 주었어. 전셋집에 살다가 이곳에 왔지. 전셋집에 살 때 많이 힘들었어. 집 뒤가 대밭이라 겨울엔 춥고 여름엔 모기가 많았어. 거기다 여름에는 천장과 벽에 큰 지네가 기어 다녔지. 이곳에 오니까 밭일 안 하지 겨울에 덜 춥고, 여름에 모기 많지 않고, 지네가 없어 살맛 나 “
”할머니, 살아오면서 기뻤던 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기뻤던 일은 모르겠고, 내 나이 40살 되던 해부터 지금까지 양쪽 무릎이 아파 고생이 많았어. 금산에 살 때 농사일은 해야지, 무릎 아프면 좀 쉬었다가, 누웠다가 또 일하러 나가지. 동네 이웃 사람들이 무릎에 좋다는 약초들을 구해서 많이 주었어. 동네 아이들도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놀다가 새알 같은 것을 주워 와서는 무릎에 좋지 않겠냐며 삶아 먹으라고 주곤 했어. 그러다가 무릎 수술할 경우가 세 번이나 있었는데 어찌 된 이유인지 수술을 하지 않게 되었어. 지금 생각해 보면 수술을 하지 않은 게 참 다행이다 싶어. 같이 사는 아들이 무릎에 좋다는 온갖 약초를 구해다가 물을 끓여 주어 마시지. 낚시 가서 볼락, 낙지 같은 것을 잡아 와서 먹으라고 그래.”
“할머니, 하루를 어떻게 지내세요.?”
“손자가 일하고 밤 9시쯤 들어오면 저녁밥을 해 놓아. 내 밥은 내가 해 먹고, 아들이 낚시 가서 잡아 오는 생선 구워 먹고, 빨래하고 집 안 청소하고 3층 이웃집에 놀러 가기도 하고 바깥에 바람 쐬러 나가기도 해.“
”할머니, 장수 비결이 무엇인가요?
“무릎이 좋지 않아 아들이 열 가지도 넘는 약초를 넣어 끓인 물을 매일 마셔. 복지관 나갔을 때 목이 말라 정수기 물을 마셨는데 배탈이 났어. 그래서 아들이 끓인 약물이 최고야. 밥 지을 때 여러 곡식 넣어 먹어.”
선아 할머니는 말씀하시면서 아픈 무릎을 전기 매트로 찜질하셨습니다.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추스르며 하루하루 사시는 선아 할머니께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복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