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꿈을 다시 꾸어본다-6개월간의 책친구 대장정을 마치며
핑크드림도서관의 문을 연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처음 도서관을 열었을 때는 이용자가 무척 많았다. 복지관 인근에 대단지 택지개발이 진행됐고, 핑크드림도서관이 마침맞게 그 시기에 문을 열었다. 영유아부터 초·중학생,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까지 도서관은 늘 북적북적 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공공도서관이 많이 생겨났고, 작은도서관의 입지는 점점 작아졌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초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지난 2년간 도서관 이용객은 반토막을 넘어 3분의 1토막이 되었다.
도서관사업 담당을 맡은지 겨우 1년차였던 나는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예전 도서관이 전성기였던 시절의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그리고 한가지 방법을 찾았다.
“일단 도서관에 사람이 오려면, 그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
그래서 찾아낸 것이 이번 책친구 지원사업이다.
(사실 그 전에 문화가 있는 날 사업에 문을 두드려보기도 했지만 보기좋게 탈락했다.)
책친구로는 기존에 오랫동안 도서관 독서모임 강사님으로 활동한 ‘장현’ 선생님이 바로 떠올랐다. 사업을 설명드리고 함께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너무나도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여 주셨다. 그리고 함께 세부적인 커리큘럼을 짜 나갔다. ‘매주 수요일 진행, 2개월에 총 12명씩 6개월간 총 36명의 아동이 참여하는 독서프로그램’, 큰 틀이 정해지고 나니 그 뒤에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참여아동을 모집한지 이틀만에 모집이 마감됐다.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이었다. 어떤 아이들이 우리 복지관으로 찾아올지 기대가 가득했다.
그리고 5월 4일 수요일 대망의 첫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만난 아이들이어서일까? 6개월간의 일정이 끝나가는 지금에도 처음 만났던 12명의 아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중에도 초등학교 2학년 승우(가명)는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승우는 소위 골목대장처럼 목소리가 크고 활동적인 아이다. 책친구 선생님의 어떤 질문에도 가장 먼저 대답하고 모든 활동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래서 함께 참여하는 다른 아이들보다 승우가 말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사실 이런 승우의 적극적인 모습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여러 활동을 통해 승우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승우는 또래에 비해 지식이 해박하고, 그 지식을 다른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하나의 상황을 바라보는 생각이 폭도 넓었다. 또래보다 방대한 지식과 넓은 생각의 폭을 표현하는 방법이 조금 서툴러서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승우의 말과 행동에 조금더 주의를 기울이고, 승우를 칭찬해줬다. 승우는 생각 이상으로 기뻐하고 더 신나했다.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지 않고, 그저 아이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는데 내가 더 기쁨을 얻은 기분이었다.
그 외에도 많은 아이들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박정섭 작가의 ‘싫어요, 싫어요’ 라는 동화 제목처럼 뭐든 싫다고 하면서도 막상 활동을 시작하면 가정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 활동 내내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막상 집에 가면 오늘 활동이 너무 재밌었다며 내년에 또 책친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아이까지, 책친구는 아이들에게도 행복한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책친구를 통해 얻은 것은 또 있다. 담당자인 나와 책친구 장현 선생님 뿐만 아니라, 5월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해 준 심민주 봉사자, 정다은 봉사자, 그리고 책친구 활동을 어깨너머로 관찰했던 사회복무요원도 자발적으로 책친구에 참여하고 있다. 책친구가 쏘아올린 선한 영향력이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이제 남은 한달, 책친구는 또다른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
첫째, 아이들이 6개월간 열심히 만든 결과물을 지역의 책방에 전시해 시민들 모두가 우리의 성과를 볼 수 있게끔 할 예정이다. 참여한 아이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둘째, 내년에 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에서 프로그램 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아동 대상 독서프로그램을 지속하기로 책친구 선생님과 참여 아동, 부모님들과 약속했다. 정체되어 있던 우리 도서관이 다시 핑크빛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어 어린이와 작은도서관 협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복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