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복지관 기관 메일로 한통의 메일이 왔습니다.
'대아고등학교에서 소논문 작성 프로젝트를 하고있는 주시원, 임영섭 학생입니다.'
제 모교가 대아고등학교라서 눈에 띄기도 했지만, 고등학생들이 '소논문 작성 프로젝트' 라는 걸 한다는 것이 생소하고 제 호기심도 자극해 메일을 자세히 읽어봤습니다.
메일 내용을 요약하자면
'본인들이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주변에 아는 사회복지사가 없어 간단하게나마 서면상으로 인터뷰가 가능한지를 묻고 싶다.' 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질문 내용의 깊이가 일반적인 대학생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도깊은 질문이었고, 그 질문만 봐도 학생들이 정말 많이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만든 질문들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메일 답장을 남기고 답장 내용에 제 연락처를 적어두었습니다.
그리고 퇴근 직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메일 답장을 받고 바로 연락한 주시원 학생이었습니다. 메일 답장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전화상으로라도 인터뷰가 가능한지 물어왔고 저는 전화보다는 차라리 얼굴을 보고 정말 궁금한 것들이 있다면 하나하나 다 알려주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솔직히 제 개인시간을 할애해 학생들을 만나야 하기에 귀찮기도 했지만, 제 모교 후배들이 그것도 제가 걷고 있는 이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반가워 흔쾌히 야자 이후에 학교 근처에서 학생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야자가 끝난 밤 10시 무렵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학생들은 갑작스레 이런 만남이 이뤄져서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다짜고짜 본인들이 준비한 질문표를 제게 건네서 귀여움에 제가 빵 터져버렸죠. 그래서 그냥 편한 동네 형? 삼촌? 같이 생각하고 각자 자기소개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영섭이가 '라포형성'을 하자는 거죠? 라고 저한테 다시 질문을 건네더라구요.
라포형성이라는 단어를 안다는 것에 수박겉핧기 식으로 사회복지라는 것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님을 단번에 알아챘습니다.
두 친구의 외형부터 말하는 모습까지 전혀 달랐습니다. 시원이는 덩치도 왜소하고 수줍음이 많아 보였고, 영섭이는 덩치도 있고 모든 면에서 자신감이 넘쳐보였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은 '사회복지사를 꿈꾸게 된 계기' 입니다. 한 친구는 어린시절 심리상담을 받은 기억이 너무 좋았고, 본인도 그때의 상담사처럼 다른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합니다. 또 다른 친구는 처음에는 TV속에 나오는 웃음치료사라는 사람이 마음에 들어 웃음치료사에 대해 여러 정보를 찾아봤고 그 정보를 찾다보니 웃음치료사보다는 다양한 클라이언트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 클라이언트들의 욕구에 맞게끔 웃음도 눈물도 흘릴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하는 두 친구의 눈빛 모두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도 무장해제를 한채 제가 사회복지사를 하게 된 계기, 사회복지사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 사회복지사로서 가져야할 마음가짐 등에 대해 꼼꼼히 알려주었습니다.
이야기가 끝날무렵, 저희가 만난지 거의 한시간이 넘게 지나 있었고 영섭이는 5분정도 지난지 알았는데 워낙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두 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는 길, 오늘 짧은 만남에 대한 소감을 말했습니다.
'학교에서 가끔씩 동문과의 만남이라고 선배님들이 찾아와서 한시간 정도 강연을 할때가 있는데요. 저는 전혀 관심도 없고, 질문시간이 있어도 한두명정도만 질문을 할 수 있어서 별 의미없는 시간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이렇게 우리 동네에서 일하는 진짜 사회복지사를 만나고 사회복지사가 무슨일을 하는 사람인지 너무 자세히 알게되서 진짜 진로상담 같은 상담을 받을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사실은 사회복지사에 대해서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진짜 하고싶어 졌어요~'
뭔가 후학양성을 한 것같아 뿌듯한 마음 한가득 갖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제 만났던 두명의 귀요미 후배들을 꼭 사회복지 현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사회복지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나니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